[탐방] 정책이주마을 용호동의 골목투어 - "4호연립은_현재"

용호동현장지원센터 장서윤 승인 2021.03.09 08:26 의견 0

1) 도시재생 프로젝트

부산의 정책이주지였던 용호2동. 1960년대 후반, 부산시는 불량 거주지역의 안전과 위생을 위해 정책거주지를 조성하여 4호연립이 만들어졌다. 당시 범천동과 근처 산복도로에 있던 대부분의 주민들이 용호동으로 건너와 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용호동은 외부인들이 유입되는 관광지가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천천히 살아가고 있는 한적한 마을이다. 주변 교통, 상업 인프라가 좋아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20~30년씩은 이 용호동에서 머물고 계셨다. 앞서 말했듯 용호동은 정책이주지로 구성된 마을이라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꾸려진 작은 마을이다. 그래서 4호연립의 단열이나 지붕,옥상 누수 등 문제가 많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집수리가 이뤄지지 않은 집들이 많다.

집수리사업을 위해 지붕실측을 하고있는 모습 (사진출처 : 현장지원센터)

이런 환경 속에서 용호동이 2020년 우리동네살리기형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주민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줄 수 있게 되었다. 용호동 도시재생은 대표적으로 가로정비와 집수리사업을 통해 용호동의 노후 환경을 재정비하고, 마을플랫폼과 농업센터를 개설하여 주민들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생기있는 마을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

2) 50년의 거리

처음, 큰 도로에서 골목을 바라볼 땐 주변 상가와 섞여있는 4호연립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좀 더 깊숙이 골목을 다니다보니 4호연립의 특징을 발견하면서 대상지 주택들이 대부분 4호연립으로 이뤄진 모습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옆모습은 일반 주택과 다를게 없어보이지만 거리는 좁은 시멘트 바닥으로 바뀌며, 정면입구 하나에 4개의 창문이 달린 2층짜리 연립주택들이 줄을 지어 늘어져 있다.

용호동 도시재생 대상지에서 4호연립이 줄지어 있는 골목길 (사진출처 : 용호동 현장지원센터)

평소엔 높은 건물들만 보다가 골목으로 들어오니 골목길 너머로 보이는 옆동네의 아파트 단지들과의 거리가 50년은 되는 것 같아 마치 세월의 흐름을 펼쳐 놓은 듯했다. 70년대의 오래된 골목 그대로 때묻은 콘크리트벽과 슬레이트 지붕은 현재 살고있는 주민들의 상황을 보여주면서, 과거의 기억들과 여전히 연결되어있다는 느낌도 들게 한다.

3) 개성을 내달다.

조금씩 다른 형태를 가진 4호연립의 모습 (사진출처 : 용호동 현장지원센터)

4호연립은 세월이 흐르면서 각자의 생활형태와 범위에 따라 조금씩 늘어나고 줄어들어든 모습을 보인다. 어떤 집은 옥상에 또 다른 작은 집을 세우고, 어떤 집은 도로면에 담을 둘러 자신만의 마당을 만들었다. 활동가선생님은 이를 “내달았다”고 표현했으며, 여기 있는 대부분의 4호연립이 내달은 집이라고 말했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장독대와 세숫대야, 집 앞 골목의 화분들은 집주인의 성향을 보여준다. 모두 똑같이 생긴 평면에서 시작했으나 각자의 개성에 맞게 형성된 집구조는 이 마을의 특징이다.

도로면으로 각자 마당을 달아낸 4호연립 (사진출처 : 용호동 현장지원센터)
4호연립 앞 집주인의 작은 텃밭 (사진출처 : 용호동 현장지원센터)

4) 골목 위의 메시지

골목투어를 하는 동안 골목에 줄지어 세워져있는 물이 담긴 페트병이 행인들의 동선을 방해한다. 이 마을의 유행이 된건지 골목마다 널브러진 페트병들은 골목이 지저분해보이는 인상을 들게하기도 했다. 물을 담은 페트병 여러 개가 모여 벽을 만들어놓은 모양도 보였고, 알 수 없는 형태를 만들어놓은 걸로 보아 누군가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일까 생각했다. 그러다 마침 골목에 앉아 계시던 마을어르신께 그 해답을 들을 수 있었다.

골목에 줄세워진 물이 담긴 페트병 (사진출처 : 용호동 현장지원센터)
4호연립 입구 앞의 길고양이 (사진출처 : 용호동 현장지원센터)


“여기는 길고양이가 너무 많아서 이렇게 골목마다 페트병을 놔둔거야. 길고양이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보려고 한거지. 물을 채운 페트병을 길목에 세워두면 길고양이가 이 앞을 지나갈 때 얼굴이 왜곡되어 무서워 도망간다고 해. 길고양이들이 집 앞에 키우는 화단을 망치고 골목에 버린 쓰레기봉지를 찢어놓거든.⋯”

5) 골목 끝, 재생 시작

골목 투어를 하는동안 정돈되지 않은 골목 사이에서 용호동 주민들의 생활모습들은 인상적이었다. 4호연립 앞의 화단이나 텃밭, 4호연립 입구에 놓여진 줄서있는 페트병, 그리고 1개의 4호연립에 아주 다양하게 칠해진 입면 등 용호동만의 패턴이 보였다. 용호동 주민들은 4호연립에 거주하면서 함께 어울려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거의 50년이 된 4호연립에서 시간이 갈수록 노후되는 집때문에 여러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고, 그로인한 위 아래집 사이의 갈등이 생겨나기도 했다. 정돈되지않은 골목과 입면, 방치된 화단 같은 경우는 마을 분위기를 흐리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재생은 필요했고, 주민들과 함께 시작되었다.

집수리 사업 신청서와 용호대가족 마스터 플랜 모형 (사진출처 : 용호동 현장지원센터)

올해 2월부터는 작년에 신청받았던 집수리 지원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범위는 지붕, 옥상, 창호, 외벽 가운데 본인이 신청한 부분에 대해서 주민들이 사업자를 고르고 자부담10%로 사업이 진행된다. 앞으로도 도시재생을 진행하는 동안 현장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주민들이 마을협동조합을 만들어 용호동이 살기좋은 마을로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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