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고물자골목의 작은 숲, 공유공간 둥근숲으로 놀러오세요

지역 주민들을 위한 둥근숲을 돌아보다

전주시현장지원센터 서정인 승인 2021.03.09 08:38 의견 0
▲고물자골목에 위치한 둥근숲
(사진제공: 전주시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고물자골목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공유공간 둥근숲. 올해로 개관 3년차에 접어든 둥근숲은 깊은 골목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공간이다. 마켓과 소규모 클래스,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청년 창업자에게는 공유오피스로, 주민들에게는 편안한 쉼터로 역할하는 둥근숲을 돌아보았다.

마당-만남의 광장

▲둥근숲 마당
<숲이될마켓>이 진행중이다
(사진제공: 전주시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마당은 둥근숲에서 가장 재미있는 공간이다. 본래는 소소하게 걸음을 멈춰 쉬어가는 평범한 공간이지만 마켓이 열리는 날이면 이곳은 즐거움과 반가움으로 가득 채워진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창업자들은 각자가 만든 뜨개작품, 악세사리, 수제청 등을 판매한다. 서로를 몰랐던 이들은 마켓을 통해 한자리에 모임으로써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마켓에서 이들은 이웃이자 친구가 되어 마당을 즐거운 장터로 꾸려간다.

이러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람들은 마켓이 없는 날에도 마당을 찾아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눈다. 이로써 마당은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매일 마당은 짧은 인사를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복작이는 만남의 광장이 된다.

1층-교류와 휴식의 공간

▲1층 홀의 벽면 아카이빙
(사진제공: 전주시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마당을 거쳐 현관을 열고 들어오면 넓다란 홀과 공유주방을 만날 수 있다. 홀에서는 간간이 전시나 강연, 마켓이 열린다. 벽면에는 이러한 행사의 기억과 추억들이 나이테처럼 새겨져있어 방문객들로 하여금 그때의 즐거움을 함께 느끼게 해준다. 행사가 없는 날에는 주민들을 위한 쉼터이자 커뮤니티 공간으로 역할을 한다.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에서 교류하며 서로를 알아간다.

▲1층에 위치한 공유주방
함께 요리하고 나눠먹음으로써 즐거움을 얻는다
(사진제공: 전주시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공유주방에서는 간간이 주민들이 모여 음식을 나눈다. 각자가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조리해 나눔으로서 이웃 간의 정을 쌓고 든든한 '식구'가 된다. 때로는 '비건'과 같은 자신의 신념을 담은 요리와 레시피를 공유하면서 각자의 생각과 시선을 교환하기도 한다.

2층-창작과 작업의 공간

공유주방 뒤켠의 계단을 돌아 올라가보자. 2층은 공유오피스와 강의실이 위치해있다. 작업공간이 필요한 청년 창업자와 기획자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고, 이웃한 이들과 협력·교류할 수 있는 공유오피스는 언제나 열정이 넘친다.

▲2층 강의실
<숲에서 만난 00> 강연이 진행중이다
(사진제공: 전주시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강의실에서는 <영화스쿨>, <숲에서 만난 00>과 같은 강연 프로그램이 자주 진행된다. 딱딱한 느낌의 강연이 아닌, 강연자가 곧 청자, 청자가 곧 강연자가 되는 자유로운 느낌의 강연을 통해 서로의 인생을 알아가고 배워가는 유익한 시간이 공간을 채운다.

3층-새로운 시작의 장소

▲3층 레지던시
모든 방의 문은 거실을 향해 트여있다
(사진제공: 전주시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3층은 이 공간이 시작을 품은 공간이다. 둥근숲이라는 공간을 만들어낸, 그 이전에 원도심 도시재생의 시작을 만들어낸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가 현재 이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1년, 본연의 임무를 마친 센터는 이 공간을 청년들에게 내어줄 계획이다. 마치 가정집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은, 2층의 것과는 또다른 매력을 가진 공유오피스이다. 3개의 독립된 사무공간은 거실을 향해 문이 나있어 소통과 협력에 최적화된 구조이다. 혼자여서 외롭고, 혼자여서 시작이 두려운 청년들은 포근하고 개방적인 3층 레지던시에서 안정적인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옥상-환기가 필요하다면...

▲옥상
탁트인 하늘과 완산칠봉, 골목 건물들이 어우러져 있다
(사진제공: 전주시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엘레베이터가 다니지 않는 옥상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옥상으로 향하는 출입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탁 트인 하늘, 골목을 이루는 오밀조밀한 건물의 뷰이다. 실내에서 답답함을 느낄 때, 나를 가두고 있는 생각들로부터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옥상의 뷰는 피로회복제가 되어준다.

▲옥상
날이 맑을 땐 피크닉 장소로 활용된다
(사진제공: 전주시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일상으로부터의 환기가 필요할 때도 옥상은 좋은 휴양지 역할을 한다. 날이 좋은 밤, 스크린 한 장과 프로젝터, 난간을 두른 알전구 장식 한 줄이면 옥상은 훌륭한 루프탑 영화관이 된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잠시 쉬어가지만, 주민들을 초대해 영화를 보며 웃음꽃을 피울 그날이 다시 오길 기다리는 중이다.

마무리하며

▲둥근숲 안내서
둥근숲이 어떤 공간인지 알려주는 지도이다
(사진제공: 전주시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둥근숲은 다양한 분야, 다양한 배경의사람들이 어우러져 소통하고 교류하는 공유공간이다.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이 마무리되는 21년 이후부터 이 공간은 온전히 시민들에 의해 운영되고 사용될 것이다. 아직 둥근숲을 잘 모르지만 일상이 지루하고 새로움이 필요한 이들, 사람이 그립거나 느슨한 연대가 필요한 이들, 나만의 작업을 하며 꿈을 펼칠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둥근숲으로의 초대장을 보낸다. 둥근숲은 함께 공간을 채워나갈 사람들을 위한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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