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동양의 알렉산드리아, 방어진 항에 가다

울산센터 이명진 승인 2021.03.08 22:19 의견 0

울산에서 진행되던 도시재생사업 중 4개의 사업이 2020년에 종료되었다. 사업이 끝난 후에도 마을은 과연 지속적인 도시재생을 이뤄낼 수 있을까. 종료된 도시재생 사업지 4곳 중 6세기부터 국제항구로써 동구의 중심 역할을 하던 방어진 항을 방문했다.

방어진 항 입구
방어진 항 초입의 어선들과 조업현장

오래 전부터 동아시아 사이를 잇던 방어진은 세종 8년(1426년) 삼포 개항 이후 국내 3대 어장과 조선업 대표 도시로 성장하면서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조선업의 경기불황으로 방어진 역시 쇠퇴도시로 접어들게 되었다.

◆ 내진길 국제문화거리

방어진의 잊혀진 ‘리즈시절’을 찾기 위해 가장 신경 쓴 것은 가로 개선. 그래서인지 쇠퇴한 바닷가 마을이었던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아주 깔끔했다. 특히 이오니아식 기둥의 가로등과 건물 입면의 해외 주택 디자인은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다문화 가정이 많은 방어진의 '국제문화거리'로써 부흥의지를 엿볼 수 있던 점이었다.

한편, 곳곳에 놓인 방어진 로컬 디자인 맨홀과 바다 위 일출을 그린 타이어 플랜트 박스로 아기자기한 감성도 느낄 수 있었다.

이오니아식 기둥의 가로등과 건물 입면의 해외 주택 디자인
방어진만의 맨홀
방어진의 일출을 표현한 플랜트

◆ 중진길 역사거리와 방어진항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내진길을 걷다 보면 예스럽게 재현한 건물 어닝과 상가 출입문들이 눈에 띈다. 바로 중진길 역사거리이다. 이 거리에는 방어진의 도시재생 사업을 맡았던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도 있다. 혹시나 하고 열어봤지만 역시 문은 열리지 않았다.

중진길 역사거리
방어진항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 글로벌 문화센터

사업대상지 내 빈 상가건물을 매입 후 글로벌 문화센터로 탈바꿈 한 곳도 보인다. 이 곳은 또 다른 주민 공동체인 ‘방어진항 마을관리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주도적으로 마을을 가꾸고 앵커시설 등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기반 시설이다.

센터 뒤에는 울산 최초의 대중목욕탕인 ‘장수탕’을 이용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주민 및 다문화가족을 위한 국제 문화교류 공간, 마을기업 및 창업지원 공간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업이 끝난 지금도 아직 공사 중에 있어 내부를 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글로벌 문화센터

◆ 방어진 갤러리

다시 중진길에서 내진길로 나와 공동어시장으로 나가는 샛길 벽에는 방어진 풍경 갤러리가 있다. 1910년부터 지금까지 방어진의 역사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점은 좋았지만 사진과 글자크기가 작아 벽에 딱 붙어서 봐야했던 점은 불편했다.

방어진 풍경갤러리

◆ 방어진 공동어시장과 회센터

‘방어진’이란 지명은 ‘방어가 많이 잡히는 곳’에서 유래되었다. 일제강점기 고래·방어·가자미 등을 가져가기 위해 당시 일본인 3만 명이 방어진에 모였다고 한다. 지금도 방어진에서 전국 가자미의 80%가 유통된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방어진항을 찾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상인들의 낯빛은 밝지 못했다.

한편, 어시장에서 방어진만을 끼고 200m 정도 걸으면 새로 건립한 활어센터가 보인다. 조업 후 바로 작업한 신선한 회를 맛볼 수 있다. 조선 전기 경상도 병마평사를 지냈던 김종직도 울산으로 발령 받은 친구에게 방어진 회를 추천했던 시 구절이 떠오른다.

무지개 색 간판이 눈에 띄는 방어진 공동어시장

어시장 옆 가자미를 말리고 있는 모습

김종직의 점필재집 6권 中 울산의 원수부로 가는 태보를 보내다

...(중략)

남들은 종사관이 수고롭다 하지만 / 人言從事勞

나는 종사관이 좋다고 말하노라 / 我道從事好

...(중략)

방어진에서는 생선회를 만들어서 / 斫鱠魴魚津

동쪽 바다를 기울여 잔 속에 부어 마시고 / 要傾東海入盃杓

취흥에 시 읊으면 양춘곡이 절로 나오리 / 醉中吟興生陽春

...(중략)

출처: 한국고전번역원, 임정기(역), 1996

방어진 활어센터

◆ 다온카페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서 육성한 마을기업인 ‘다온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카페이다. 2019년 도시재생 한마당에서 도시재생 특별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그 이후 현재까지도 세계 꽃차와 디저트 클래스도 무료로 개강하며 마을 커뮤니티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온카페의 히트메뉴인 커피콩빵과 라떼를 맛보았는데, 주민 바리스타들의 정겨운 이야기와 함께 지친 몸을 녹일 수 있었다.

다온카페 전경
라떼와 다온카페의 히트메뉴 커피콩빵

◆ 방어진 등대

시간을 잘 맞춰 가면 노을과 바다가 이루는 절경을 즐길 수 있다. 등대에 도착하기 전 향토문화재 12호인 방어진 방파제 축조 기념비가 먼저 보인다. 일본인들에 의해 1923년부터 4년간 축조 된 방어진 방파제는 당시 연간 19만 5천 명의 인력이 투입된 대규모 토목공사였다고 한다. 아름다운 방어진만을 만끽할 수 있는 동시에 선조들의 아픈 과거를 떠올릴 수 있었다.

방어진 방파제 축조 기념비
방어진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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