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전통시장 탐방기]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 모두 만족하고 가요"

역사와 젊음이 공존하는 구리전통시장을 방문하다.

구리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김주엽 승인 2021.10.18 17:01 의견 0

지난 9월 11일 아침 일찍 서울에서 개인 일정을 끝내고 같은 날 오전 구리역에 도착했다. 올해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햇빛은 9월이 되자 점차 시들어졌지만, 마지막 힘을 쥐어짜는 듯 피부에 닿으면 여전히 따가웠다. 하지만 강렬한 햇빛만큼이나 하늘도 매우 파랬다. 푸른 하늘을 넋 놓고 바라보니 바로 집에 들어가기엔 아쉬웠다. 집에 가기 전 어디 가볍게 걸을만한 곳이 없을까 하다가 '구리 전통시장'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구리 전통시장은 구리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로 매우 가깝다. 기자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즐겨 가던 장소 중 하나였지만, 스무 살이 된 후 구리시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최근 방문해 볼 기회가 없었다. 옛날과 비교하여 어떻게 바뀌었나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였고, 역에서 거리도 가깝고 하니 곧장 '구리 전통시장'으로 향했다.

구리 전통시장 먹자골목 입구.

구리 전통시장은 1960년대 후반부터 조성된 수도권 동북부의 주요 시장이며, 구리시의 핵심 상권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구리 전통시장에 들어서면 귀여운 너구리 캐릭터가 들어간 대형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캐릭터는 구리시상권활성화재단에서 직접 제작한 구리시 상권을 대표하는 '와구리'이다. 온-오프라인 시민투표를 진행하여 탄생한 와구리는 지역 상인과 시민들에게 '상생'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주요 홍보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구리 전통시장 풍경

입구에서 시장 안으로 조금 들어가면 채소, 과일, 육류, 해산물 등 각종 식자재를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주말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장을 보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 거리를 지나면서 느낀 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옛날과 비교하여 시장 환경이 쾌적하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비나 눈을 막아줄 수 있는 아케이드가 설치됐고, 차 없는 거리로 규정하여 칙칙한 아스팔트 도로를 없애고 보도환경을 개선됐다. 이를 보며 누구나 불편함 없이 안전하게 장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시장 안에선 '의사소통'이 참 많다는 점이다. 대형마트처럼 제품에 가격표가 잘 부착되어 있지 않은 전통시장 특성상 소비자들은 이 가격이 얼마인지 상인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소통의 장이 열리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가게 홍보와 가격 흥정을 하는 상인과 소비자의 오고 가는 목소리를 들으면 소통이 단절된 현대 도시의 삭막한 길거리에서 느낄 수 없는 일종의 토속적인 정감을 느낄 수 있다.

구리 전통시장 먹자골목 모습.

식자재를 판매하는 거리를 지나면 다음 코스로 닭강정, 족발, 핫바, 떡볶이 등 남녀노소 좋아할 먹거리를 파는 먹자골목이 나온다.

닭강정을 만들고 계신 모습.

단순히 음식들을 구경하고 지나치려 했지만, 이미 거리에 만연하게 퍼진 맛있는 냄새는 기자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다. 특히, 어릴 적 할머니가 즐겨 사주시던 닭강정의 양념 냄새가 너무 달콤해 사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자의 주문을 받자마자 닭강정 사장님께선 닭튀김을 뜨거운 불판에 한 주먹 넣어 빨간 양념을 입히셨다.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고자 사장님에게 젊은 손님은 보통 잘 안 오지 않냐고 물어봤다. 사장님께선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시면서 오히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오지 않는다고 답하셨다. 전통시장이라고 젊은 사람들이 기피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이 바뀌게 된 순간이다. 포장된 닭강정을 받고 시장을 더 둘러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양한 음식점과 술집이 모여있는 구리 전통시장의 모습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각종 음식점과 술집이 밀집해 있어 젊은 사람들이 자주 왕래하는 유흥거리로 왔다. 주말 아침이라 사람이 몇 없지만,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면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술잔을 기울이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로 거리가 꽉 찬다. 기자도 학창 시절 학교가 끝나면 이 거리에 있는 음식점이나 노래방에서 놀며 추억을 많이 쌓았다.

구리 전통시장은 이처럼 역사와 전통을 잘 보존하며 이용에 불편함을 없앨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며 발전해 왔다. 결국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만족하고 갈 수 있는 상권이 됐다. 평소 약속 장소를 고르는데 힘이 들거나 데이트 코스를 짜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구리 전통시장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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