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중앙동 어디까지 가봤니? ① 여주 두지

'여주 두지' 주민들의 손때가 묻은 기증품을 통해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전시관

여주 도시재생지원센터 박선영 승인 2021.10.18 17:12 의견 0

'여주 두지'는 작가들이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여주의 12개의 읍면동의 14개 마을을 유랑하며, 주민의 생애와 관련된 이야기와 물건을 채집하여 여주의 생활풍속과 축적된 삶의 문화를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한 전시관이다.

여주 두지 입구

'여주 두지'는 여주시 한글 시장 내부에 위치해 있다. 여주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지만 골목길에 입구가 있어 여주 사람이 아니면 쉽게 찾기 어렵다. 하지만 탄탄한 전시 내용으로 입소문이나 코로나19 이전에는 관광객이 많이 찾아왔다고 한다.

여주 두지 전시관 안내도

전시는 총 22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여주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볼 수 있다. 탐방을 하며 깊이 와닿았던 네 가지의 전시들을 소개해보자 한다.

■ 변태한의 유쾌한 이발관

변태한님 사진과, 변태한님이 제작한 측우기, 부채

변태한님이 제작한 미용의자

변태한님은 1952년 7월 입대한 군대에서 미용기술을 익혀, 제대 후 시장에서 야외 이발소를 15년 간 운영했다. 유난히 손재주가 좋아서 미용의자와 미용기구 심지어 측우기, 부채까지 필요한 것은 대부분 제작하여 사용했다.

변태한님이 40년 이상 사용한 미용도구들을 여주 두지에 기증하면서 근대 시절의 여주 미용 문화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됐다. 전시물들을 천천히 보고 있자면 변태한님의 '유쾌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라디오, 서랍장, 그 안의 메모들

주민들에게 기증 받은 생활용품

여주 두지에는 주민들에게 기증받은 많은 생활용품들이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라디오와 서랍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서랍장 앞에 놓여진 부부 사진을 볼 수 있다. 남편이 돌아가신 후 아내분께서 직접 여주 두지에 기증하셨다고 한다. 서랍장을 열어보면 남편분께서 직접 작성하신 메모를 볼 수 있다.

전단지에 적힌 메모, 서랍장, 라디오에서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자 하는 아내의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당진2리 기억지도 드로잉

당진2리 기억지도 드로잉

당진2리에 머물렀던 작가들이 동네 주민들과 함께 만든 기억 지도다. 천천히 살펴보면 소 팔러 가는 길, 토끼 사냥 가는 길 등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버린 주민들의 기억을 만나 볼 수 있다.

■ 토이 전시관

13개 읍면동 대표 캐릭터

토이 전시관은 여주 두지의 마지막 전시관이다. 13개의 읍면동의 역사를 담아 각 지역의 캐릭터 토이를 제작했다고 한다.

앞서 전시들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귀여운 캐릭터로 재탄생한 역사들이 건네는 마지막 인사가 21개의 전시를 완성시켰다고 생각했다.

'여주 두지'는 과거가 되어 버린 것들이 생생히 살아있는 공간이다. 전단지에 메모를 적은 남편도, 언제나 유쾌한 변태한님도 그 모습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다.

'여주 두지'는 어려운 역사로 가득 찬 박물관이 아니다. 이웃의 손때가 잔뜩 묻은 옆집과 같은 친근함을 주는 곳이다. 그러니 언제든 편하게 들려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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