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민에게 직접 듣는 마을 이야기'...행궁동 마을여행 운영진을 만나다

수원시 행궁동 도시재생현장지원 승인 2021.10.20 13:40 의견 0

행궁동 보물찾기 사업은 2019년 주민 주제 자원발굴단 운영 사업, 2020년 행궁동 관광 컨텐츠 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2021년, 발굴해낸 보물에 윤을 내 행궁동을 찾는 이들에게 소개하는 주민들이 있다. 바로 도시재생 마을해설가 과정을 수료하고 행궁동 마을여행을 운영하는 마을여행 운영진들이다. 마을여행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운영진 이주니, 임인선 선생님을 만났다.

마을여행 운영진 이주니, 임인선 선생님 (왼쪽부터)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임인선: 안녕하세요, 마을해설사 임인선입니다. 행궁동에서 나고 자라 60년 이상 거주하고 있습니다.

▶ 이주니: 안녕하세요, 저는 이주니라고 합니다. 저는 아이를 아파트 단지에 있는 학교로 보내고 싶지 않아 이사 온 이주민이구요, 행궁동에 산 지는 10년 됐습니다.

▷ 마을여행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셨나요?

▶ 이주니: 3~4년 전부터 행궁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알게 되어서, 옆에 계시는 임인선 선생님과 거의 센터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또 그전에 행궁동 왕의 골목 마을해설사도 함께 수료하고 활동했거든요. 임인선 선생님은 지금도 활동하고 계세요. 그러던 차에 도시재생 센터에서도 도시재생 마을해설사 과정을 진행한다고 해서 2년 동안 교육을 받고, 수료하고, 이제 공부한 것을 토대로 마을여행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 마을여행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나요?

▶ 이주니: 기존 '왕의 골목' 마을해설사나 문화해설사가 하는 문화해설과 다르게 도시재생거점센터를 중심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교육을 수료한 팀원들과 직접 코스를 짜고,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회의하고, 행궁동 마을여행 상품을 직접 개발했어요.

이렇게 개발한 코스를 방문객들이 신청을 하시면, 저희가 해설하면서 마을여행을 진행하고, DIY 체험 키트 같은 것들도 함께 드려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DIY 키트 같은 경우에는 행궁동에는 공방과 명인이 정말 많거든요. ‘행궁동 와서 솜씨 자랑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요. 그런 행궁동의 특징을 살린 구성이에요.

▷ 직접 코스를 개발하셨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코스 개발 과정에서 발견한 선생님만의 보물이라고 할까요, 가장 애착이 가는 곳이 있나요?

▶ 임인선: 저는 매향동 도담어린이작은도서관. 매향동에는 원래 도서관이 없었어요. 그런데 연무초 정문 앞에 위치한 아담한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서 도서관이 새로 생겼습니다. 도서관 안에는 2천여 권의 아동 어린이 도서가 비치된 열람실과 레고 놀이방이 있어요. 9월부터는 '항공 과학과 드론', '씨앗과 열매 놀이미술', '이야기숲' 과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 하나는 남수동 마을사랑방 '청춘공방'이 있어요. 남수동 주민들이 함께 모여서 도시재생 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공부하는 공간이에요. 직접 비누나 건강차, 연잎밥, 강정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고, 서로 소통하며 활력을 찾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남수동에 '팔달Moon', 팔달산에 뜬 달을 연상해서 지은 구조물입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달 뜨는 포토존으로 SNS와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면서 명소가 되었어요. 그 주변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돈가스 맛집, 카페 등이 있고, 그 아래로 가면 100여 년이 지난 고찰 수원사가 있어요. 수원사 밑에는 주인장이 직접 호미, 낫 같은 연장을 만들어 파는 철공소가 있고, 솜틀집도 있고요. 한마디로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한 문화의 거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남수동에 ‘팔달산에 뜬 달’ 테마로 설치된 경관조명 팔달Moon


▶ 이주니: 저는 팔부자거리라고, 왕의 골목 해설할 때 배운 거리가 있어요. 금보여인숙과 그 맞은편에 카페가 있는 골목인데요. 예전에는 팔부자거리, 팔부자거리 윗길이라고만 인식했었어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카페를 차리는데 이름을 '은화커피'라고 지었길래 자초지종을 물어봤죠.

거기가 원래 금은보화의 거리라고 해서 앞에는 '금보'를 딴 금보여인숙이 있으니 자기는 '은화'를 따서 은화커피라고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거리를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이 거리에 내려진 축복처럼 부자로 살아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었다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우리 세대와 젊은 세대는 서로에 대해 부정적인 경향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옛 것에 대해 생각하는 젊은 사람이 구도심에 들어와 자기의 뜻을 펼치고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젊은 세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고요.

원래 그 카페 자리에 성일칼국수라는 칼국수집이 있어서 그게 사라지는 게 무척 아쉬웠거든요. 그런데 그 보물이 사라지고 또다른 보물이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곳이 제가 찾은 보물이라고 생각해요.

금보여인숙 맞은편에 위치한 은화커피


▷ 향후 마을여행 운영진의 활동계획이 궁금합니다.

▶ 이주니: 방문객들이 온라인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네이버 폼을 통해서 상품을 판매하려고 하고 있고요. 또 신청할 때 참고할 수 있게 팀원들과 코스별로 영상 촬영을 해서 유튜브에 올리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준비하면서 배운 것, 그리고 주민으로서 직접 느끼고 체험한 것을 주민인 나답게 방문객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어요. 정말 행궁동에 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야기들도 많이 해드리고요. 오시는 분들이 시험을 볼 것도 아니고, 정조가 몇 년도에 사망했고, 화성행궁이 몇 년도에 생겼고, 이런 숫자에는 크게 관심이 없으시더라고요. 오히려 여기 가봤는데 맛이 어떻더라, 이 집에는 무슨 사연이 있더라 하는 이야기를 하면 좋아하세요.

또 요즘도 길 가다 젊은 분들이 휴대폰 들고 머뭇거리고 있으면 제가 먼저 다가가서 ‘어디 찾으세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물어보거든요. 도와주고 또 여긴 어떻고 저긴 어떻다 막 이야기해드려요. 그럼 되게 좋아하세요. 결국 마을여행, 마을 해설이라는 게 꼭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그룹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고, 제 스스로 생활화되어서 주민으로서 마을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 질문입니다. 행궁동이 방문객에게 어떻게 기억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 임인선: 이 마을은 수원천을 기점으로 해서 과거 근대 문화 거리가 형성되어 있는 곳이잖아요.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그런 곳이죠. 또 1800년대에 정조가 여기에 신도시를 만들 때에는 다섯 가구 정도밖에 없었지만, 이후에 크게 발전해서 각광을 받았지요. 그렇다 보니 구도심의 장점을 현재에도 많이 갖고 있어요. 그런 점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이주니: 어색함이나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꼭 여행으로 외국을 가거나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좋은 곳이 있구나, 하시고요. 언제 방문하든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 임인선: 그리고 살아서 숨 쉬고 움직이는 그런 행궁동으로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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