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여행자들의 작은 쉼터, 첫마중길 여행자 도서관에 가다

소설, 할리우드 영화 원서, 팝업 북,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작품까지 수많은 종류의 책을 담은 여행자 도서관

전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김민우 승인 2022.02.15 05:50 의견 0

전주역을 통해 전주를 방문한 여행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전주역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여러 동의 컨테이너를 조립해 만든, 아담하지만 아늑한 도서관인 전주 첫마중길 여행자 도서관(이하 여행자 도서관)이다.

붉은 컨테이너 속에서 어떤 책들이 나를 반겨줄 것인지 상상하며 여행자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행자 도서관 전경
여행자 도서관 옆모습

오후1시가 지날 무렵. 전주역세권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나와 여행자 도서관으로 향했다. 건물의 그림자속에서 나온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붉은색 컨테이너박스와 조형물이 보였다.

왕복 6차선 도로 사이에 마치 섬처럼 형성된 보행자 거리에서 강렬한 붉은색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만 같았다. 섬 속 외딴 오두막을 방문한 것 같은 인상을 심어주었으며 그곳으로 이동할 때 마치 여행자가 된 것같은 기분을 느꼈다.

코로나19와 쌀쌀한 겨울 날씨로 인해 주변거리는 한산했다. 하지만 은은한 빛을 품은 도서관은 내게 아늑한 느낌을 주었고 곧장 안으로 몸을 이끌었다.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집-비거북(A Bigger Book)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것은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집이었다. 이름에 걸맞게 상당히 큰 비거북(A Bigger Book)은 9000부만 출간된 한정판으로 600장이 넘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예술 도서였다. 도서관 내에서 가장 비싼 이 도서의 가격은 500만원이 넘기 때문에 감상을 하려면 반드시 흰색 면장갑을 손에 끼고 감상해야한다.

여행자 도서관 실내 (일반도서 공간)

펼쳐저 있는 비거북을 감상한 후 다시 발걸음을 옮겨 좀 더 실내 안쪽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느꼈던 것처럼 실내는 매우 아늑한 공간이었다.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은 갈색 바닥에 반사되어 실내 곳곳으로 퍼지고 있었다.

본래 자재 창고로 쓰였던 공간을 페인트를 칠하고 계단과 난간 등의 조형물로 새롭게 탈바꿈한 도서관은 여행자들과 인근 주민들의 작은 쉼터가 됐다. 책을 읽는 사람들과 공부하는 사람들, 그저 의자에 앉아 잠시 쉬었다가는 사람들의 공간이 된 것이다.

실내에는 도서관 규모에 비해 다양한 종류의 책이 비치돼 있었으며 잡지와 일러스트레이션북, 소설, 자기계발서 등이 있었다. 총 2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졌고 각각 일반도서 공간과 예술도서 공간으로 나뉘어져있다고 한다.

예술도서 공간으로 가는 입구

일반도서 공간에 비하면 예술도서 공간은 공간이 가진 느낌이 훨씬 강하게 느껴졌다. 이 곳에는 절판된 예술서적과 할리우드 영화 일러스트레이션집, 원서, 팝업 북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책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다양한 컬렉션으로 나뉘어 비치된 책을 찾는 사람들 또한 다양하다고 한다. 해부학 책을 읽으러 오는 간호학과 학생들, 마블 히어로 영화 컬렉션을 찾으로 오는 20~30대 남자들, 절판된 예술 서적 원서를 찾는 미대생들 등 여행자만이 아닌 인근 주민 및 학생들에게도 열린 공간이라고 한다.

예술도서 공간의 한 컬레션

예술도서 공간의 한 컬레션
예술도서 공간의 한 컬레션

다양한 책들이 모여있는 여행자 도서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기에 실무담당자를 인터뷰했다.

Q : 여행자 도서관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A: 저희 여행자 도서관은 원래 자재창고였는데 이렇게 붉은색 컨테이너 박스들과 조형물을 설치해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하게 됐어요. 총 2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일반적인 도서공간과 예술서적 및 기타 원서들을 보관한 공간으로 나눠져있어요.

Q: 공간 크기에 비해 생각보다 책의 종류가 다양한 것 같아요.

A: 저희 도서관에는 문학뿐만 아니라 전문 예술 서적들도 구비되어 있어서 예술을 전공하시는 분들도 원서가 여기에 있는게 신기하다고 자주 말씀하셔요. 또 해리포터나 스타워즈, 에일리언 시리즈 처럼 할리우드 흥행 영화들도 원서, 팝업 북 등 다양하게 있어서 20~30대 남성분들도 관심있게 책을 보고 갑니다.

Q: 자주 찾는 방문객 유형이 따로 있을까요?

A: 주로 여행자분들이 전주역을 통해 자주 오시고, 주변 아파트 거주민들, 첫마중길 광장을 산책하러 오시는 분들 특히, 반려동물과 함께산책하시는 분들이 자주 오세요. 컬러링엽서 체험같은 것도 있기 때문에 휴일에 가족단위로 오시는 분들도 많고요. 재방문자들도 많은 편으로 여가를 이용해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며, 쉬어가기도 하는 것 같아요.

2021 시민 컬러링 엽서 체험 모음집



Q: 여행자 도서관의 매력과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일단 전주시에도 다양한 도서관들이 있지만 저희처럼 작은 도서관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안에 있는 경우도 많고 방문객들이 쉽게 드나들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는 것 같아요. 그 중 저희 도서관은 소규모 도서관 중 오픈형 도서관이라 접근성이 좋은게 매력인 것 같아요.

여행자 도서관 담당자님


인터뷰를 마치고 담당자분께 감사의 인사를 한 뒤 도서관을 나왔다. 마치 다른 공간에 잠깐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든 여행자 도서관은 너무 매력이 넘쳤다. 그동안 이런 공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기도 한다.

여행자 도서관과 같은 공간이 주민들에게 알려질수록 주민들은 문화체험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행자 도서관과 같이 우리 곁에 위치한 작은 공공시설물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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