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 닿는 모든 곳에서 싹이 움튼다… ‘송학동 도시농부 이야기’①]
자원순환형 공동체텃밭 참여 주민 김보엽 선생님께 도시농업과 도시재생에 대해 들어봤다.
송학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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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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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학동 주민이자 도시농업에 참여하고 계신 김보엽 선생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손하은 인턴 기자
김보엽 선생님(74)의 일상은 언제나 식물로 가득하다. 30년 이상 꽃집을 운영했던 그에게 시민들과 함께 가꾸는 공동체텃밭과 도시농업은 꽤 흥미롭고 자신 있는 소재였다. 그렇게 시작했던 일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나면 언제든 텃밭에 나와 식물을 보살피고 ‘배고픈’ 식물들에게 물을 주는 것이 그의 일과이다. 은퇴 후 집에서 쉬던 그는 이제 ‘도시농부’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되었다. 이토록 식물에 진심인 김보엽 선생님과 도시농업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을 수 없었다.
-송학동은 선생님께 어떤 곳인가요?
김보엽: 제2의 고향이다. 1980년(당시 31세)에 익산에 와서 아이 둘을 다 낳고 키웠다. 그리고 여태 일을 하며 익산에서만 43년을 보냈으니 정이 들 수밖에.
-도시재생사업은 언제 처음 알게 되셨어요?
김보엽: 여기(송학동 자원순환형 공동체텃밭, 이하 ‘텃밭’)에서 먼저 활동하던 지인 소개로 올해 2월부터 함께하게 됐다. 사실 젊었을 때는 ‘익산여객’ 시내버스 기사를 오래 했었다. 그러다가 식물 문외한인 내가 꽃집에 도전했다. 30년 넘게 꽃집을 운영하며 남들보다 더 깐깐하게 공부했기에 나름 식물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있었다. 나이도 들었고 사업을 정리할 때가 되어 쉬고 있던 차에 어떻게 보면 ‘도시농부’라는 새로운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텃밭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김보엽: 올해 2월에 와보니 텃밭 타이틀이 ‘도시재생’, ‘도시농업’인데 식물들이 다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하나씩 하나씩 내 방식대로 정리를 했고, 주민들과 상의해서 텃밭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은 라임라이트 수국과 국화 분재 등으로 활기를 찾은 것 같다. 식물에도 딱 맞는 때가 있다. 사람이 배고플 때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제때 조치를 취하면 식물이 살고, 제때가 아니면 죽는다. 그렇게 몇 번 실패를 경험하고나면 죽은 놈들(식물)을 어떻게 해야 사는지 알게 되니까 그렇게 조금씩 텃밭 식물 종을 늘리고 있다.
-텃밭에서의 일과가 궁금해요. 요즘 어떤 일을 하고 계시죠?
김보엽: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꼭 1시간은 일찍 텃밭에 와서 미리 식물들을 돌본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일을 하기 위해서 왔으니 뭐라도 해 봐야 하지 않은가. 요즘은 석부작(현무암 위에 식물을 착근시켜 만들어 낸 예술품) 만드는 일에 빠져있다. 운좋게 구한 제주석에 물에 불린 수태로 바위솔을 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바위솔은 다육이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름처럼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찬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다.
김보엽 선생님께서 직접 만든 석부작을 보여주셨다. /손하은 인턴 기자
-요즘 식물에 애정을 쏟는 사람들을 식물과 집사의 합성어인 ‘식집사’라고 부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고 있습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식물에 주목하는 걸까요?
김보엽: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그럴 거다. 식물은 정서적으로도 좋아서 우울증도 치료해 준다. 식물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죽든 말든 신경을 안 쓰는데 나 같은 사람들은 틈만나면 식물을 관찰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다.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끼리 잘 키운 식물을 자랑하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니 식물은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된다.
-식물에 대한 한 줄평
김보엽: "식물은 과학이고 참 정직하다." 식물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확해야 잘 자란다. 너무 더워도 몸살이 나고, 너무 추워도 얼어 죽는다. 또 물을 많이 주면 체하는 것이고, 물을 너무 안 주면 말라 죽는 것이다. 그래서 온도, 습도, 공기, 흙 등 모든 요소가 딱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식물은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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