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무로 덮인 ‘예뜰 플라워’ 신영란 사장님 “이곳은 내 놀이터예요”
천안 도시재생지원센터 심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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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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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역 앞 대흥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꽃가게 ‘예뜰 플라워’를 찾아갔다. 천안 원도심의 재개발 지역으로 구분되어 사라지게 될 곳이지만 가게를 가꾸시는 사장님의 손길은 여전히 따뜻하다. 가게가 위치한 건물 전체를 뒤덮은 능소화의 모습이 인상 깊어 신영란 사장님께 인터뷰를 요청했다.
천안 원도심에 위치한 '예뜰 플라워'
Q. 어떻게 이곳 천안에서 자리 잡고 가게를 운영하게 되셨나요?
▶ 할아버지 때부터 천안이 고향이에요. 이곳에서 18년째 야생화 꽃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게에 라탄 바구니들 보이죠? 전에는 라탄 공예 일을 하며 수백 명을 가르칠 정도의 강사로 출강을 나갔어요. 이후로는 병천면에서 꽃가게를 하다가 사정상 두정동으로 옮겨 2년 정도 운영하고 부모님의 건물인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되었죠.
가게 곳곳에 있는 라탄 바구니들
Q. 이 길을 지나가면서 가게를 덮고 있는 나무가 굉장히 눈에 띄었는데 이 나무는 직접 심으신 건가요?
▶이 능소화나무는 삽목한지 3년 된 묘목을 판매하다가 남은 재고였는데 예쁜 꽃을 보고 싶고 건물 벽이 안 예쁘기도 해서 그냥 심었어요. 제가 가게를 운영한지 18년이 됐으니 이 나무는 21년 된 나무예요.
사실 동네 분들은 불편하다고 말하기도 해요. 옆집 가게 아저씨도 자르라고 자주 얘기하시죠. 얼마 전에는 환경미화원이 가게 앞에 늘어뜨려진 꽃을 장대로 떨어트리고 있었어요. 꽃이 거리로 떨어져서 자꾸 쓸어야 하니 빨리 떨어트리려고 한거죠. 그래서 내가 쓸테니 하지 말라고 했던 일도 있었어요.
능소화 나무로 덮인 '예뜰 플라워' 모습
Q. 가게의 겨울의 모습은 가게를 덮고 있는 나무의 나뭇잎이 떨어지고 가지만 남아있는 형태라 비교적 앙상해 보이던데 다른 계절은 어떤 느낌인가요?
▶ 겨울의 모습은 가지만 앙상하게 있어 보기에 좋은 모습은 아니에요. 전에는 뉴스에 나왔었어요. 재개발이 늦어진다고 9시 뉴스에 나왔는데 겨울의 가지만 있는 모습을 찍어 흉물이라고 방송이 되었던 적이 있었어요.
Q. 꽃집을 운영하시면서 도심에서 식물이 어떤 느낌,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근처 아파트에 사는 사모님들이 거리가 가까워 자주 오시는데 같이 식물을 공유하고 얘기하며 즐거워해요. 그리고 호야라는 식물이 있는데 이 식물이 원래 4년을 묵어야 꽃이 피죠. 그런데 작년에 심어 가꾼 호야가 벌써 꽃이 맺혀 너무너무 행복해요. 아들은 나를 보고 저렇게 좋을까 하며 웃어요. (웃음) 이렇게 식물은 도심에서 사람들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재개발로 이곳이 철거되면 그만해야죠. 워낙 오래 해서 단골들은 여기 없어지면 어디 가서 꽃을 사야 하냐고들 해요. 하지만 다들 나보다 더 많은 식물을 키우고 있어요. 전에는 가게가 더 예쁘고 귀한 식물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 팔고 새로 구하러 다니지는 않아요. 이곳이 재개발만 안 된다면 아기자기한거 좋아하는 젊은 친구분들이 했으면 좋겠지만 재개발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있죠. 먹고살기 편해야 꽃도 사는 건데 물가가 올라 모두 힘드니까 꽃도 덜 사더라고요. 갈수록 어렵네요. 그래서 지금 이곳은 제 놀이터에요. 지금은 그냥 좋아하니까 즐기고 앉아서 쉬었다가 집에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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