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즈넉한 분위기의 북카페 '무화과한입'에 대하여,

제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우승현 승인 2023.10.18 14:14 의견 0
북카페 '무화과한입' 입구 사진
북카페 '무화과한입'의 외부 사진

제주 칠성통, 고씨책방 뒷편을 보면 고즈넉한 분위기를 가진 북카페 '무화과한입'을 발견할 수 있다. 1980년대까지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되었던 다방의 빈자리를 뒤이은 듯,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곳에 대해 좀 더 알아보려 좌순자 대표님께 인터뷰를 요청했다.

Q 카페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이 카페는 ‘무화과한입’이라는 이름을 가진 북카페이고, 재작년 12월에 오픈했어요. 코로나 시기에 오픈하게 됐는데, 오히려 저한테는 그게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했던 것 같아요. ‘너무 조급하게 가지 말고, 천천히 가자’라는 마음으로 북카페를 오픈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거든요. 그래서 준비 기간 2-3년을 가진 후, 2021년 12월에 오픈했어요.

사실 카페는 태어나 처음 운영하다 보니까 엉망진창이었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까 얼추 자리를 잡게 되었고, 지금의 운영 형태를 잡게 되었어요. 운영 처음 시작에는 책을 많이 팔고 싶었어요. 그러나 여러 군데 책방을 다니다 보니 책만으로는 운영이 어렵겠다 싶었고, 카페 부분을 좀 더 늘리다 보니 지금 구조가 나왔어요.

Q 그럼 카페보다 책을 우선하셨던 건가요?

처음엔 책이 먼저였어요, 근데 책만으로는 운영이 힘들다는 얘기를 듣고, 책이랑 카페 반반 나눠서 하려고 했으나 집의 구조상 반을 딱 나누는 게 애매해서 지금의 구조가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책의 비중이 좀 밀려나 있는 것 같아서 책한테 되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Q 원래는 독립서점을 운영하려고 하셨다고 들었어요.

독립서점을 계획하면서도, 제가 그림책을 좋아해서 그림책방으로 운영하고 싶었어요.

제가 ‘제주 어르신 그림책 학교’라고 어르신이랑 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2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제주그림책연구회’에서 활동하면서 ‘내가 그림책을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에 그림책을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다짐으로 북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근데 제가 고집이 없었던 거죠. 사람들의 ‘왜 그림책만 있냐’라는 말들이 자꾸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책도 넣자’라는 마음에 한 편에 소설, 수필, 시집 등을 넣고 또 한쪽에는 어르신들의 그림책 작품이나 제주 작가들의 작품 등을 넣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이 사실 아쉽긴 해요. ‘내가 너무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아닌가?’ 하는 자책도 했었어요. 그래도 이 부분을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서 위안이 되기도 해요.

카페 공간
서점 공간


Q 이곳을 북카페 이외에 복합예술문화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사실 그렇게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자주 운영되고 있진 않아요. 대관 행사라던가 북토크, 책 모임 등을 가끔 운영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거창한 꿈을 가지고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게끔 운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카페를 중심으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다른 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없더라고요.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활동을 이어가 보려고 기획하고 있어요. 현재 가끔 운영하고 있는 걸 좀 더 체계적으로 자주 운영하려 하고 있고, 7시 이후로는 야간 독서 공간을 운영해서 책을 읽고 가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Q 오래된 구옥을 개조해 운영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택하신 이유가 따로 있으실까요?

이 구옥은 예전에 누군가 살았던 살림집이었어요. 사실 이 집의 주인이 저희 형부였는데, 제주를 떠나게 되시면서 제게 이 낡은 집이라도 사용해서 운영해 보라고 권유해 주셔서 운영하게 됐어요. 철거부터 개조까지 직접 진행하다 보니 작업 기간이 2-3년이 걸렸던 것 같네요.

저는 참 복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앞집의 감나무가 우리의 마당을 빛내주고 있고, 뒷집의 정원과 돌담이 우리 가게를 더 예쁘게 빛내주고 있더라고요. 이와 구옥의 아름다움이 합쳐져서 우리 가게가 아름다워 보이지 않나 싶어요.

앞집의 감나무
뒷집의 정원이 보이는 창틀

Q 카페 이름이 ‘무화과한입’인데, 왜 특정 과일인 무화과로 이름을 지으셨나요?

무화과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과일이에요. 사실 처음에는 무화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요. 예전에 살던 옥상에 아주 큰 무화과나무가 있었는데, 거기서 남편이 잘 익은 무화과 하나를 따 먹어보라고 준 적이 있어요.

어렸을 적 먹었던 무화과는 잘 익지 않아 떫어서 좋은 기억은 아니었는데, 그때 남편이 준 무화과는 너무 달지도 않고 은은하게 달콤하더라고요. 바람이 은은하게 부는 옥상에서 한입 딱 베어먹었을 때 느꼈던 그 순간이 저에겐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제가 무화과 한입을 먹었을 때 느꼈던 너무 좋았던 기분을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름을 무화과한입으로 짓게 됐어요.

사람들이 이 공간에 와서 시간을 보낼 때 ‘참 달다!’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남편이 준 무화과를 처음 한 입 먹었을 때 들었던 생각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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