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정체에서 도약으로: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특집 인터뷰

로컬크리에이터, 동문에 색깔을 입히다

전주시현장지원센터 서정인 승인 2021.01.10 19:05 | 최종 수정 2021.01.10 23:52 의견 0

한때 예술인들과 젊음의 활기로 가득했던 동문은 현재 공실율 30%의 침체된 거리로 전락하였다. 한옥마을의 배후지라는 지리적 이점은 오히려 임대료의 상승을 불러왔고, 이곳을 지켜온 수많은 예술인과 상인은 거리 밖으로 밀려났다.

현재 동문은 Culture(문화)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동문 문화형 거리 조성사업'은 침체된 동문거리를 로컬크리에이터라는 주체와 함께 재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람과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자유롭고 자생적인 창업·창작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과감히 도전하는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공동체 '마블러스'를 만나보았다.

동문 사거리에서 활동의 시작을 알리는 마블러스 로컬크리에이터
(제공: 전주시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마블러스 소개]

전주를 기반으로 활동중인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공동체이다. 공연·기획, 마케팅, 건축, 수공예,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중인 청년들이 이곳, 동문거리의 재생을 위해 모였다. 협업·실험·설계·중개를 키워드로 활동을 이어나갈 마블러스는 현재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함께 할 새로운 로컬크리에이터를 모집하고 있다.

인터뷰이

박하솜_마블러스 단장, (주)커넥트 대표(홈페이지, 소프트웨어 제작 및 공급)

김지환_글로컬씨엠 대표(인문 및 사회과학 연구개발)

김승기_놂 대표(건축, 리모델링, 인테리어)

박석영_포풀라 대표(공연기획, 전시기획)

양경란_라니의 꿈꾸는 다락방 대표(수공예 작가, 공방 운영)

유수정_(주)다올씨앤티 대표(디자인 및 비디오 컨텐츠 제작)

김한울_아크빌 대표(전통·문화·역사 컨텐츠 개발)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Q. 동문 문화형 골목길 조성사업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된 건가요?

김승기) 센터장님의 추천으로 동문 거리 활성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어요.그러면서 공공 디자인 기획 활동에 참여하고 스터디를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처음에는 건축을 통해 뭔가를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활동을 하다 보니 그런 하드웨어보다는 인적 자원이랄지 프로그램을 통해 더 큰 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그래서 지금 다 같이 모여 활동하며 배우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김지환) 기존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Top-down방식으로 진행되었다면,동문 문화형 골목길 조성사업은 Bottom-up방식이에요.그래서 동문 TFT로 활동하게 되었는데,커뮤니티 기반으로 동문 거리에 새로운 문화를 이입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처음에 공공 디자인 학교부터 시작해서 동문 거리 공공 디자인 같은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죠.

Q. 마블러스는 어떻게 결성하게 된 건가요?

김지환)도시재생 사업이 끝나기 전에 동문을 배경으로 실험을 또 해보고 싶었어요.기존에 전통적으로 인식되던 예술 거리가 아닌 현장을 정확히 진단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죠.그래서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동문에서 새롭게 창업문화를 만들고 활동할 수 있을지 그리고 창업이나 창작문화로 활동할 수 있을지 까지 논의가 이어졌어요.그렇게 마블단이 결성되었고,베이스캠프가 되어줄 현장사무실 마블러스도 생기게 되었죠.우리가 같이 로컬크리에이터로서 여기 동문에서 협업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모이게 되었어요,

Q. 사업에 참여하시며 이것만큼은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다짐이 있나요?

박한울)저는 마블단에 합류하면서 처음 함께하게 되었어요.와서 보니 여기 열 분이 종사하시는 분야가 다 다른 거예요.그래서 이분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내가 가진 강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유수정)저는 원래 지역 공동체에 관심이 있었어요.지금까지 활동하면서는 청년 사업가를 위한 공동체를 찾기가 정말 힘들었어요.한 장소에 모여서 고민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공동체가 있으면 꼭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함께하게 되면서 제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청년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다짐과 기대감을 품게 되었어요.

Q. 동문을 베이스로 활동하면서 가지는 각오가 있나요?

박한울)저는 동문에 저의 강점을 입히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제가 봐왔던 동문을 크게 세 시기로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첫 번째는 사람들이 붐비며 생기가 넘치던 2000년의 동문,두 번째는 한옥마을 덕분에 덩달아 관광지가 되어버린 2012년의 동문이에요.마지막은 2020년,현재의 동문인데 앞선 두 시기와는 또 다르게 변해 있더라고요.이렇게 20년간 변해온 동문의 모습을 잘 스토리텔링 해서 저희의 활동과 버무려 나가고자 해요.

마블러스 단원들과 현장사무소
(제공: 전주시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함께 무엇을 만들어 왔나요?"

Q. 사업을 함께 해오며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경험,시간이 있나요?

박하솜)저는 18~19년도 ‘꿈꿀 주민공모사업’으로 동문 거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그 당시 골목 골목마다 어떤 상가나 공터가 있는지 조사하고,상인 몇 분을 만나 장소를 대여해보고 직접 골목에 대한 축제를 열었거든요.그 활동이 골목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구요.솔직하게는 센터가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유연하게 사업을 진행해준 게 기억에 남아요.

김승기)저는 작년에 공공 디자인기획단을 하면서 주민들 인터뷰를 하러 잠깐 돌아다녔거든요.그때 동문에 정말 오래 사셨던,한 40, 50년 정도 사셨던 분들의 옛날이야기를 들었을 때 되게 좋았어요.골목골목 집마다 가진 오래된 풍경을 보며 이야기를 듣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동네에 대한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들이었는데,그 이야기들이 정리되어 아카이빙이 되면 이 동네만의 색깔을 만드는 데에 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었죠.

김지환)저는 여기 승기 대표님과 함께 동문 거리를 조사하는 일을 했었어요.여기 여덟 블록, 500군데 정도를 건물 대장을 떼서 공실률 조사를 하고 상인 주체,주민 주체,건물주 인터뷰도 진행했거든요.그렇게 조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온 문장이 있어요. ‘청년들의 유입,유동인구는 적고 퇴색한 상가 뒷골목이다.’아주 정확한 표현이죠.동문 거리는 그저 한옥마을 공영주차장으로 가기 위한 ‘지나치는’거리에요.그런 동문의 현실,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점에서 저에겐 굉장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어요.

Q. 활동해오며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가치나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박지운) ‘얽매이지 않는 것’같아요.저는 마블단 단원이지만 한편으로는 센터 실무자거든요.사업으로 도시재생을 진행하게 되면 그 공간에 대한 옛 역사나 정체성에 얽매일 때가 상당히 많아요.그런데 우리 마블단이나 동문 사업에서만큼은 사업 진행 방식이 너무 옛것에 매여있지 않았으면 해요.미련을 갖지 말고,새로운 휴먼웨어와 새로운 실험으로 우리의 색깔을 입혀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김지환) ‘기대하지 않는 것’이요.기대의 이면에는 자기계산이나 이익이 있거든요.그걸 숨기라는 게 아니라 표현하되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그래야 실망하지 않으니깐.동문 거리 재생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누군가는 남아서 해야 하는 일이에요.무언갈 기대하며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에요.버틸 사람들이 필요한 거죠.같이 이 과정을 견뎌내고 나아갈 사람들.결국 ‘기대하지 않는 것’이란 ‘사람’, ‘휴먼웨어’라는 키워드와도 연결돼요.저는 이것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수정)지역에 대한 자긍심,그리고 그걸 유지할 수 있는 용기와 노력 같아요.예전에 <로컬크리에이터,포틀랜드를 가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었어요.포틀랜드가 로컬 중소기업이 많은 도시라고 하더라고요.영상 속 포틀랜드 사람들은 지역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도 많았고,또 지역의 제품을 선택하는 용기가 있었어요.그 이면에는 그러한 선택을 끌어낼 수 있는 노력도 있었죠.저는 우리 동문 거리도 그런 모습으로 바뀌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박한울)저도 유수정 대표님의 말씀에 굉장히 공감해요.저는 신뢰를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해요.결국 자긍심이 신뢰로 이어지거든요.서로가 자신에 대한 그리고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면 서로의 자긍심을 믿어 그다음 단계를 보는 거죠.그런 자긍심과 신뢰의 관계를 맺는 것이 지역 내에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을 완성하고 싶은가요?"

Q. 미래의 동문에 대한 청사진이 있나요?

박한울)청사진이라면 너무 많죠!저는 2025년 즈음에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와서 이 거리가 생기가 돋았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있어요.역동감 넘치는 동문.제가 2000년에 처음 봤던 동문의 느낌을 다시 살리고 싶어요.

김승기)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한옥마을이 관광화되면서 동문이 낙수효과를 바라보게 되고,임차료가 오르고 상업시설들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고 그러면서 이제 동네가 많이 부서졌어요.지역 커뮤니티도 많이 부서지고,상권도 허물어졌죠.보통 거리를 다시 활성화한다는 개념을 단편적으로 상업화시켜 관광객들이 많이 오게끔 하자는 취지로 이야기하는데,저는 다르게 생각해요.동문의 메인 가로는 상업 가로가 맞긴 하는데,전체적인 블록을 보면 거주지가 훨씬 많거든요.결국,이 동네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정주 환경이 개선되어야 상업시설들도 좀 더 활성화가 되는 것이고 사람들이 오고 싶은 동네가 될거라 생각해요.우리가 해외여행을 가서 보는 것들도 사실 특별한 걸 보는 게 아니잖아요?그들의 일상을 보러 가는 거죠.마찬가지로 동문에 있는 우리들에겐 평범하지만,동문을 찾아오는 누군가에겐 특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그러면 저희가 바라는 활성화가 이뤄지고,생기가 돋아나는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Q. 동문에게 마블단은 어떤 존재가 될까요?

박석영)동문이 로컬크리에이터,저희 같은 청년들을 위한 창업 밸리의 역할을 수행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사실 사무실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요.그리고 우리와 함께 이야기하고,활동할 수 있는 사무실이 모여있는 것도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그래서 마블단은 이렇게 저희가 필요한 것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활동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저희는 이 실험(마블러스 활동)으로 좋은 영향을 끌어내고 싶어요.

박지운)석영 대표님 말씀을 좀 더 이쁘게 꾸며서 말하자면 이제 마블단은 동문에 있어 퇴비 같은 존재다.

Q. 동문을 찾아올 또 다른 로컬크리에이터분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박지운)우리는 퇴비가 될 거니깐,

김지환)너희는 새싹이 되어라.

박지운)씨앗만 가지고 오세요.

박하솜)무모한 도전 말고 좀 더 안정적인 도전을 원하는 자,오세요!저희끼리 서로 뭉쳐있으니깐 여러분도 오셔서 저희에게 기대세요.

김지환)맞아요.사실 컨설팅을 받아보면 정작 컨설턴트들은 우리 마음을 전혀 모른다고 느껴요.우리가 컨설턴트는 아니지만,다른 로컬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는 입장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안전장치죠.

박지운)여러분이랑 뭔가 같이 재미있게 해 볼 동료들이 있으니깐 심적으로 우리가 같이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블러스와 함께할 로컬크리에이터를 모집하는 포스터
(제공: 전주시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동문 문화형 골목길 조성사업이란?]

동문 문화형 골목길 조성사업은 지구간 연계강화 사업으로 전통문화지구에 속해있는 동문거리 사업의 성과를 인접 지구로 확산하는 목적을 두고 있다. 현재 동문거리는 내외부적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쇠퇴의 문제를 앓고 있으나 휴먼웨어인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참여주체를 통해 거리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채워나가고 창업인과 건물주의 상생관계 구조를 만들어 동문거리의 자립적인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문 문화형 골목길 조성사업 흐름도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이 종료되는 21년도 이후부터는 자생적인 활동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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