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따뜻하고 맑은 국물의 손수제비

익산시 중앙동 진미거리의 희네분식

역사가문화로현장지원센터 윤소 승인 2021.03.09 08:41 의견 0

눈이 오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 원래 기온보다 체감온도가 더 낮았다. 바람을 맞으며 추위에 떠니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생각하던 중 역사가문화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만든 ‘중앙동 진미거리’ 책자에 나온 가게들이 생각났다.

역사가문화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만든 '중앙동 진미거리' 책자

전에 책자를 봤을 때 ‘희네분식’ 이라는 곳은 꼭 가보고 싶었다. 분식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떡볶이나 튀김 등을 팔 것 같지만 사실 수제비나 국수 등을 판다는 것에 군침이 돌았던 기억이 있다. 국숫집은 많지만 수제빗집, 그것도 1그릇씩 나오는 곳은 오랜만에 봤고 1그릇씩 나오니 혼자 가기에도 좋겠다 싶었다.

저녁 시간보다 조금 일찍 들어가니 주인분들이 뉴스를 보고 계셨다. 혼자 왔고 손수제비 1그릇을 주문했음에도 선뜻 일어나 요리를 준비 해주셨다. 메뉴는 단출했다. 손수제비, 비빔국수, 국수, 콩나물 비빔밥이 끝이다. 국수만 4,500원이고 나머지는 5,000원.

4개의 메뉴만 있는 단출한 메뉴판

메뉴판을 보며 물을 좀 마시고 있으니 밑반찬이 나왔다. 반찬은 배추김치와 무김치밖에 없어 좀 아쉬웠다. 가격이 저렴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할 것이다. 일단 김치의 상태를 보니 둘 다 익은 듯했다.

대망의 손수제비가 나왔다. 양은 많아 보였는데 잘 보면 수제비가 얇다. 손수제비라 얇기가 다 다르지만 얇은 부분은 포스트잇을 몇 장 겹쳐놓은 듯 했다. 얇아서 국물을 잘 머금었는지 윤기가 흘렀다. 그렇기에 젓가락으로 먹다가 몇 개를 놓치거나 잘리기도 했다.

국물을 떠보니 밀가루가 들어가 조금 탁해졌어도 밀가루가 들어가기 전엔 맑은 국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이 펄펄 나는 게 딱 봐도 뜨겁게 생겼다. 그러나 잔치국수와 비슷하지만 고소하고 더 깔끔한 냄새가 올라와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한입 물었다가 혀를 살짝 데이고는 반찬을 주실 때 같이 주셨던 앞접시를 사용했다.

다 차려진 한 상은 간단했으나 맛은 만족스러웠다.

수제비가 얇으니 잘 익었고 밀가루 맛도 덜 났다. 감자전분을 사용한 감자 수제비처럼 쫄깃쫄깃하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엄마가 해주던 수제비가 생각났다. 배추김치랑도 먹어보고, 무김치와도 먹어봤다. 역시 아까 예상했던 대로 두 김치 다 익었다. 하지만 무김치는 아삭아삭했고 배추김치보다 신맛이 좀 더 강했다. 반대로 배추김치는 아삭아삭한 맛은 없었다. 신맛을 못 먹는 사람이라면 배추김치를, 아삭아삭함을 느끼고 싶다면 무김치를 추천한다.

수제비 두께가 얇다. 김치랑 같이 먹으면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필자에게는 간이 딱 좋았다. 싱겁다고 생각한다면 김치랑 같이 먹으면 될 것 같다. 수제비를 다 먹고 국물을 마시는데 아까는 잘 느끼지 못했던 칼칼함이 느껴졌다. 청양고추를 넣었나 싶어 뒤적거리다가 파인 줄 알았던 것이 고추였다. 그냥 위에서부터 먹다 보니 칼칼한 맛이 밑으로 다 가라앉았는지 국물을 떠먹을수록 칼칼한 맛이 떠오른다. 그런데도 엄청 맵거나 한 건 아니다. 신라면보다도 안 매웠다. 무엇보다 밀가루 맛이 심하지 않았다. 수제비를 먹다 보면 국물에서도 밀가루 맛이 심하게 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는 그게 적었다.

어느새 국물까지 거의 다 먹어버렸다.

국물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배가 불렀다. 따뜻하게 속이 채워지고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다 먹었으니 계산하려고 일어났는데 여기는 카드가 안 된다. 현금 또는 계좌이체만 가능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간도 맞고, 수제비도 얇고, 배도 불렀다. 원래 반찬을 많이 먹지 않으며 익은 김치를 좋아하는 필자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조합이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든 점 중 하나이다.

그러나 단점이 없지는 않았다. 일단 밑반찬이 적어 익은 김치를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반찬 먹을 게 없다는 것이다. 또한 20대 여성인 필자에게는 국물까지 먹으면 배부를 정도였지만 많이 먹는 분들, 특히 성인 남성에게는 양이 부족할 것이라 예상된다. 그런데도 이 양을 메꿔줄 사이드 메뉴가 없으며, 메뉴 자체가 4개밖에 없어 다양하게 먹을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금 대신 카드를 많이 갖고 다니는 요즘 시대에 카드 계산이 안 된다는 것은 치명적이라 생각한다.

총평 : 수제비는 매우 맛있었다. 음식 자체는 저렴하고 맛있으나 부가적인 요소들을 살펴보면 호불호가 많이 갈릴 듯 하다. 다음에는 비빔국수 도전!

역사가문화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윤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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