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스마트북으로 원당을 읽다.

원당의 이야기를 동화로 풀어내 스마트북으로 표현하는 주민제안 공모사업 진행 중.
반려동물 배변, 일방통행, 시장 활성화 등 원당의 마을 의제를 이야기에 담고자 노력.
스마트북을 통해 원당에서 자라날 아이들이 마을의 의제에 관심을 가지길 희망.

원당 도시재생지원센터 채희도 승인 2021.09.24 14:18 의견 0

매주 주말 원당의 한 미술학원에서는 아이들과 성인들이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그림을 그린다. 원당마을 이야기 스마트북 동화책에 들어갈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다.

이번 스마트북 제작 사업은 2021년 원당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주민제안 공모사업이다. 원당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와 유기견들이 힘을 합쳐 원당의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보금자리를 만들어가는 내용이다.

총 네 팀으로 구성된 이번 스마트북 제작 사업에는 학부모와 초등학생 자녀가 주로 한팀을 이루고 있지만, 유독 성인 혼자 참여하고 있는 분이 눈에 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원당 주민 강보미님를 만나보았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원당에 거주하고 있는 강보미라고 합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는 8개월 정도 되었어요. 원당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원당시장이 있는 동네라고만 알고 있었어요. 이사를 온 후 시장도 다녀보면서 마을을 둘러보게 되었고, 그 이후로 원당이라는 동네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Q. 여러 팀 가운데 유일하게 성인으로서 혼자 참여하고 계세요.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원당 지하차도를 지나가다가 동화책 만드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보게 된 것이었어요. 여기서 제가 끌렸던 포인트는 두 가지였어요, 첫 번째는 동화책과 스마트북이라는 단어가 흥미로웠어요. 컴퓨터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게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두 번째는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았어요.

물론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긴 하지만, 저는 결국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 안에서 잘 지내는 게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이전까지는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좀 적었는데, 원당으로 이사 온 후 제가 살아가고 있는 원당이라는 마을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지원센터에서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고, 그것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스마트북 제작사업에 참여하면서 보람찬 부분이 있었나요?

내가 스마트북 제작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과정에 대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아직 완성본이 만들어지질 않았기 때문에, 이거에 대해 너무 뿌듯하고 보람차다기보다는 지도해주시는 선생님들을 믿고 따라 열심히 작업에 임하다 보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라는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북 제작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다른 주민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더 큽니다.

Q. 지금 진행하고 계신 미술 작업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지금은 스토리 상에 있는 특정 상황들을 기반으로 각자 자기가 맡은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그리고 있어요. 물론 고정된 그림이긴 한데 이것들이 이제 스마트북 안에서는 움직일 수 있다는 걸 감안해서. 예를 들면 앞다리와 뒷다리를 바꿔 그린다든지, 앉았다 일어나는 움직임들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태블릿이나 핸드폰 등 전자기기로 보는 스마트 북이다 보니, 디즈니나 픽사만큼의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가벼운 움직임 정도는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아직 미술 작업을 첫 회기밖에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림을 얼마나 더 추가로 그려야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에 한 장 정도 나오더라고요. 물론 처음이라 더 비효율적으로 그린 것도 있긴 하겠죠. 앞으로 작업을 할수록 시간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로 그릴 때는 스케치북에 미술용 연필, 4B연필, 그리고 색연필을 이용해서 색칠하고 있어요. 앞으로 아날로그 그림을 어떻게 디지털화할지는 조금 더 알아봐야 하겠죠.

Q. 그림을 그리는 것이 손이 되게 많이 가는 작업이잖아요. 작업하시면서 느끼셨던 어려움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3시간 동안 앉아서 그림을 그리다 보니 손이 생각만큼 따라오질 않아서 좀 힘들어요. 제 머릿속으로는 이미 엄청 많은 걸 그렸는데, 막상 나온 결과물을 보니 약간 실망이 되기도 해요. 제가 다른 팀의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는데, 아이들이 부모님의 그림체를 따라간다는 것이었어요. 어머님들도 같이 그림을 그리다 보니 아이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더라고요. 이게 특징이나 성격이 그림에 반영이 되는 것 같아 정말 재밌었어요. 저와 아이들의 그림체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결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어요. 차이가 나더라도 그것이 모두 개성 있는 매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원당 시장에서 살아가는 복만이라는 고양이 캐릭터를 담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려주시겠어요?

복만이라는 고양이는 원당 시장의 마스코트로 살아가는 고양이입니다. 실제 고양이를 모티브로 만든 것은 아니고, 제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캐릭터예요. 제가 원당 시장 근처에 살면서 장을 보고 시장을 돌아다닐 때에는 고양이가 생각보다 많이 보이진 않았어요. 그런데 스토리 기획 단계에서 다른 참여자분들에게 원당 시장에 고양이가 많다는 내용을 공유받았고, 스토리 상 원당 시장에 고양이 캐릭터가 들어간다면 동화책을 귀엽게 풀어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복만이 캐릭터를 활용하여 원당 시장의 싱싱한 야채, 과일, 해산물 등을 알록달록하고 싱싱하게 묘사해볼 계획입니다.

Q. 실제로 원당 시장을 자주 애용하고 계신가요?

네 저는 원당으로 이사온 후 원당 시장을 자주 애용하고 있어요. 주로 동네 어머님들이 지나가면서 하시는 말씀들을 주워듣는 편인데, 내용을 들어보면 원당 시장의 해산물이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저는 시장을 먼저 한바퀴 둘러보면서 주로 야채를 많이 사는 편이에요. 시장의 좋은 점은 야채나 과일들이 제철인지를 먼저 시장 상인들이 제시를 해주시는 거예요. 예를 들면 “이번에 가지가 수확됐나 보네? 그럼 가지를 사서 요리를 해 먹을까?” 이런 식인 거죠.

Q.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지역 자산인 원당 시장을 자랑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원당 시장의 좋은 점은 일단 먹거리가 정말 다양해서 꼭 장을 보지 않아도 간식을 사 먹으러 가볍게 들르기에 너무 좋다는 것이에요. 떡볶이 맛집도 굉장히 다양하고. 이런 식으로 질 좋은 제철음식과 맛집들이 많아서 일반인들이 찾기에는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시장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다 보면 근처에 김밥을 정말 맛있게 하는 집들이 두어 개 있어요. 어느 김밥집에서는 깁밥을 사면 정말 맛있는 오징어 젓갈도 준다고 하더라고요. 아 그리고 시장 안에 원당의 최고 아웃풋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맛있는 메밀 국수 집이 하나 있었는데 최근에 시장 근처로 이전했어요.

Q. 스마트북 제작 사업이 앞으로 원당의 도시재생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희가 스토리로 잡은 부분들이 실제로 원당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들이거든요. 마을 정원의 반려동물 배변 문제, 안전과 관련된 일방통행 문제, 그리고 지역 자산인 원당 시장의 활성화 같은 이슈들이 있어요. 이런 문제들은 원당에 거주하고 계신 주민분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이것들을 원당 주민들이 무겁지 않게 받아들이고 “아! 맞아. 이런 문제가 있었지.”라고 환기하면서 공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이번 스마트북을 통해 주민들이 원당의 마을 의제를 알아가고, 함께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한다면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한다는 도시재생의 목적과도 부합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Q. 스마트북이 앞으로 원당을 위해서 어떻게 활용이 되었으면 하세요?

작년에 만들어진 원당마을 이야기 동화책에 이어 이번 스마트북은 두 번째 원당마을 이야기이잖아요. 이 두 가지 버전 모두 우리가 원당이라는 마을에서 살아가면서 느꼈던 이야기들은 담은건데, 저는 이 사업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마을에서 그냥 산다는 마음보다는, 한 번쯤 내가 겪은 일을 회상하면서 마을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시대별로 원당의 마을 문제 혹은 의제가 계속 바뀔 것 아니겠어요? 일상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순간들을 캐치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영향으로 작용할 것 같아요. 동화책을 만드는 사업이 마을 주민들에게 동네를 기억할 수 있는 지점을 제공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Q. 원당에서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개인적으로 가지고 계신 니즈가 있을까요?

저도 청년으로서 퇴근 이후에 소소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나 프로그램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동네에서 편하게 책 읽고 차 마시고 이런 것들이 됐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코로나 19 상황이 좋지 못해서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마음에 두고 있는 책방이 하나 있어요.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에 있는 마을 책방이라는 곳인데, 책방을 운영하는 것도 모두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고, 또 거기서 아이들이 하교 후에 모여서 숙제도 같이하기도 하고. 이러다 보니 마을 안에서 아이들이 아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아지고, 또 자연스럽게 돌봄 삼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아이들도 줄어들고 이런저런 장점이 있더라고요.

또 하나 재밌던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마을 안에서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르는 거예요. 아이들이 하교하고 뛰어오다가 마을의 어른을 보고 “Peter!”라고 인사하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곳의 마을 책방은 청년들이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도 와서 안전하게 놀다가 가고, 또 자연스럽게 의견이 오고 가니깐 의제 발굴도 자연스럽게 가능해지는 선순환이 있더라고요. 제 개인적인 아이디어로는, 고양시에서 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책이나 작품을 모아서 한 곳에 배치했으면 좋겠어요.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시청에서도 지원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공간이 원당에 생긴다면 새로운 지역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도 주민공모사업이나 지역공동체 활동 등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할 계획이 더 있으신가요?

음... 우선 스마트북 제작 사업 초기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이냐라고 의논을 할 때, 저보다 원당에서 오래 거주한 자녀를 둔 어머님들의 입장에서 원당에 개선이 필요한 점들을 들으면서 “아, 이런 부분이 또 불편하겠구나. 각자 바라는 이슈가 굉장히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원당의 일부 주민들이 함께 모여 의제 발굴 워크숍을 진행하고, 주민들의 니즈를 수렴하는 작업도 재밌겠다고 느꼈어요. 이게 우선적이고, 그다음은 워크숍에서 언급됐던 마을의 문제들을 또 해결해나갈 방안들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보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귀한 시간 허락해주신 강보미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글 : LH 청년인턴 채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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