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노인들도 충분히 카페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 카페 당산나무(통영)

올 3월 2호점까지 오픈한 통영 실버 카페 ‘카페 당산나무’. 이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고성의 무학카페의 성공을 위해 청년인턴이 탐방을 다녀왔다.

고성군 도시재생지원센터 박민희 승인 2021.10.14 13:19 의견 0

무학카페 지원 업무를 하며 고민이 많았다. ‘시니어 바리스타만 운영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지 않을까? 과연 이 카페가 잘 운영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을 하던 중 통영시에서 시니어 카페가 2호점을 개점해 운영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여기를 가면 운영의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 같아 카페 인근에 살았던 가족들과 함께 ‘카페 당산나무’에 방문했다.

카페 당산나무 모습(사진. 박민희)

‘카페 당산나무’는 봉평지구 도시재생뉴딜사업의 마중물 사업으로 조성된 공간인 당산나무 복합문화공간에 있었다. 나는 별도의 주차공간이 있지 않아 근처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이동했지만 주위에 초등학교, 사회복지관 등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 같았다. 카페 이름처럼 앞에는 큰 당산나무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위용을 뽐내며 위풍당당하게 서있었다. 그 밑에는 아이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고 마을 주민들이 그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당산나무(사진. 박민희)


“들어가도 되나요?”

“네, 들어오시면 돼요! 어서오세요~ 2층에도 자리 있어요.”

카페라는 간판이 있으나 주택 같은 외향에 쭈뼛거리며 물었다. 웃는 얼굴로 반겨주는 갈색의 유니폼을 차려입은 어르신들. 자연스럽게 포스기 앞에 자리를 잡으시곤 주문을 기다리신다. 분명 조사를 했을 때는 대추차가 있었는데 메뉴판을 아무리 살펴도 보이지 않는다. 여쭤보니 어르신들은 계절 메뉴라 지금은 대추차를 판매하지 않고 대신 빙수를 팔고 있다고 한다. 계절 메뉴라면 먹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딸기 스무디와 빙수. 주문을 듣자마자 능숙하게 재료를 준비해 만들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만들어진 음료와 빙수를 자리에 가져다주셨다.

빙수와 딸기스무디 (사진. 박민희)

“4분이시길래 원래보다 빙수를 많이 담았어요~ 마을에서 우리같은 노인들이 하니까 원하는 대로 더 줄 수도 있고 아주 좋아요.”

5000원인 빙수가 설*만큼 나왔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빙수. 그 맛은 정말 완벽 그 자체였다. 함께 갔던 사람들과 빙수를 남김없이 싹 긁어 먹었다. 딸기 스무디도 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달고 맛있었다. 생 딸기를 갈아서 만든 스무디는 좋은 국내산 재료만 쓰고 과일을 듬뿍 넣어준다는 말이 사실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주 6일 문을 여는데 주중 2번 근무하거든요. 돈은 많이 벌진 못하지만 일하면서 힘든 건 없어요. 오히려 재밌는 걸요. 원래는 카페 메뉴 아무것도 몰랐는데 요새는 내가 직접 만드니까 다 알아요. 그 재미를 알아버렸죠. 스팀처럼 커피 만드는 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게 교육도 시켜주는데 너무 좋아요. 손님이 없으면 우리끼리 사먹기도 하고 손님이 많으면 많은대로 재밌네요.”

카페 당산나무 실내 모습(사진. 박민희)

카페의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라 방 구조로 되어있긴 했지만 각 공간이 분리되어있다는 느낌보다는 하나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편안히 앉아서 쉴 수 있는 장소로 만들려고 노력한 것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여기 카페에는 학생들이 많이 음료를 마시러 와요. 주로 딸기 스무디나 블루베리 스무디 같은 걸 마시죠. 저희가 어르신들이 만드시다보니 재료를 듬뿍 넣어주시거든요. 학생들이 오면 500원 씩 할인도 해줍니다.(웃음) 여기서는 아이들이 안에서도 뛰어놀아도 돼요. 물론 근처 복지관 직원분들이나 방문객들도 많이 방문하시는 편이구요. 실수가 있어도 어르신들이 일하는 곳이다보니 다들 그러려니 이해해주시는 것 같아요.”

주변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서 마을 주민 외엔 손님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드렸던 질문엔 이런 답이 돌아왔다. 카페의 건너편엔 초등학교가 있어서 학생들이 자주 오는 모양인 듯 했다. 가격대도 비싸지 않은 편이라 부담없이 사먹을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 외에도 주변에 있는 복지관 직원, 회의를 하러 오는 손님 등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사랑방같은 카페였다.

당산나무 복합문화공간(사진. 박민희)

“예전에 여기 앞이 거름 밭이었는데 카페를 조성하면서 공원으로 깔끔하게 탈바꿈했어요.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라 다른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다음에 여기 앞 공원에서 공연이나 만들기 체험, 프리마켓 등을 기획 중에 있어요.”

당산나무 복합문화공간으로 공원 잘 조성되어 있는데 별다른 활용이 없어 의아하던 찰나 팀장님의 말씀을 통해 카페 당산나무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미래에 더 발전해 있을 카페 당산나무가 궁금해지면서 다음을 기약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팀장님과 인터뷰 후 사진 한 장 부탁드렸다.
좌: 청년인턴 박민희 우: 카페 당산나무 업무 담당 팀장님 (사진. 박민희)

‘카페 당산나무’는 마을 사람들을 모아주고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당산나무 그 자체였다. 또한 12명의 어르신들이 모두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님들에게도 긍정적인 힘을 주고 있었다. 손님이 없으면 없는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즐기면서 운영하는 카페. 일하는 사람도 방문하는 손님도 행복한 카페. ‘카페 무학정거장’도 그런 카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을 주민들의 휴식처로, 마을의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카페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 많은 정성을 쏟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이번 탐방을 끝마쳤다.

※ 파란색은 실버바리스타 분의 인터뷰에서, 보라색은 카페 당산나무 팀장님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글, 사진. 청년인턴 박민희

1. 위치: 경남 통영시 데메2길 17-41(도남동)
2. 영업시간: 월~토 10시~6시
3. 운영인원: 통영지역 거주 중인 실버 바리스타 1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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