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흐르는 곳, 홍제유연

야외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난 홍제천

홍제역 일대 도시재생 현장지원 승인 2021.10.18 16:53 의견 0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건축물과 지역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화와 쇠퇴의 과정을 겪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이내 그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도 조금씩 떠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떠난 사람들은 새로운 건축물과 새로 떠오르는 지역으로 향하곤 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곳을 떠나지 않고 지키며 살아간다. 심지어는 오래된 곳으로만 생각되었던 곳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다.

홍제유연 입구 (촬영: 이준헌)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로서 홍제유연을 소개한다. 홍제유연은 유진상가 지하에 홍제천이 흐르는 250M 정도의 구간으로 2020년 7월 개방을 시작으로 야외 미술관으로서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곳이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이 향하던 곳은 아니었다. 서울시 공공미술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이라는 사업을 통해 홍제유연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전, 이곳은 유진상가를 받치고 있는 지하기둥과 그 사이에 홍제천만이 흐르던 통제구간이었다. 어둡고 위험해 보이는 이 공간에 대해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홍제유연 내부 (촬영: 이준헌)


1970년대 대한민국 1세대 주상복합 아파트로서 당대 최고의 건축물로 평가받던 유진상가였지만, 노후화와 쇠퇴의 과정을 거듭하며 현재는 매년 재건축과 재개발의 대상으로 지목되곤 한다. 그러나 건설 당시 북한의 남치에 대비해 유사시 엄폐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보니 리모델링조차 쉽지 않다. 그렇게 유진상가와 함께 영원히 폐쇄된 곳으로 남을 것 같았던 지하공간은 ‘서울은 미술관’ 사업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태어났다.

유진상가 건물을 받치는 100여 개 기둥 사이로 흐르는 홍제천 구간에 설치미술, 조명예술, 미디어아트, 사운드 아트 등 8개 작품들을 배치한 것이다. 빛을 이용한 예술 작품들은 어두운 공간과 거대한 기둥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이는 지하구간이라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예술 작품으로 느껴지게끔 한다.

홍제유연 내부 (촬영: 이준헌)


이렇게 공간의 훼손을 최소화하며 다양한 예술작품이 전시된 홍제유연은 유진상가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노후화와 쇠퇴라는 흐름을 벗어나 예술작품과 공간의 재활용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다시금 유진상가 그리고 홍제동을 찾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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