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나에게 미평동은 어떤 공간인가?

미평동에서의 추억을 중심으로

여수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최현우 승인 2021.10.24 11:52 의견 0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미평동 인정사업과 관련된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미평동에는 삼촌이 살고 있어서 자주 간 장소이며, 여수시내에서 친숙한 장소 중 한 곳이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미평동에 관한 추억을 중심으로 이곳이 어떤 공간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미평동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지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미평동과 관련된 추억이나 사건과 관련된 단어를 제시하고, 단어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평동과 관련된 여러 추억 중 '명절'과 '볼링'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명절, 그리고 미평동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명절과 제사를 미평동에서 지냈다. 할아버지 할머니댁이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어서 가까웠기에 주로 명절 당일에 할아버지 할머니댁에 방문했다가 점심 먹고 집에 오곤 하였다. 그래서인지 우리 가족은 명절 대이동을 경험하지 못하였다. 운전을 해야하는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편하고 좋겠지만, 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멀리 못나가는 것이 아쉬웠다.


명절을 지내러 미평동에 가면 할아버지께서 나를 매우 반기시면서 수염난 얼굴을 비비시면서 약한 장난을 치셨지만 얼굴을 비빌 때 까실까실한 느낌이 싫지않았다. 이렇게 할아버지와의 반가움을 나누고 나서 명절을 친척들과 같이 보냈다. 차로 걸리는 시간은 똑같지만 어렸을 때는 혼자 할아버지 할머니댁에 온다는 것 자체를 생각할 수 없었다.

간혹 삼촌이 학교 끝나면 미평동으로 놀러오라고 하셨지만 그땐 미평동이 가기 어려운 곳이라고 생각하여서 부모님 없이 혼자 가지 않았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니 이제는 서울도 혼자가는 데 별 어려움 없이 다녀올 수 있게 되었고, 미평동에 가는 일은 '식은 죽 먹기'처럼 쉽게 느껴졌다. 이렇게 미평동에 대한 주관적 거리감이 달라졌다는 것에 신기함을 느꼈다.

2. 볼링, 그리고 미평동


미평동은 명절과 같은 가족 행사가 아니면 딱히 방문할 일이 없는 장소였다. 맛집이나 카페와 같은 식음료 시설도 마땅히 없었고, 그렇다고 노래방이나 오락실 같은 오락시설을 갖춘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와 놀 때 가끔 미평동을 방문하였는데, 볼링을 치기 위해 미평동을 찾곤 하였다. 원래 볼링에 관심이 없었고, 많이 다칠 것 같아서 볼링을 안쳤는데 수능이 끝난 후 친구따라 볼링장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볼링을 쳐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무엇보다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 이후로 친구를 만나면 한 번씩 볼링장에 가는 것이 코스가 되었다.


친구와 자주 모여서 노는 장소가 있는데, 식당부터 오락시설까지 다 있었지만 볼링장이 없었다. 그래서 볼링장에 가기 위해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음악이나 인테리어 등이 우리들 취향에 맞는 곳은 항상 만석인데다 더 먼 곳에 위치해 있어서 미평동 볼링장에 가게 되었다. 그곳의 인테리어는 아저씨들이 볼링을 즐기거나 볼링연습하는 선수들이 애용할 것 같은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고, 음악도 최신곡이 아니었다. 하지만 볼링장이 필수 코스였던 친구와 같이 미평동 볼링장에서 볼링을 치기로 하였다. 막상 볼링을 치니 미평동 볼링장도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고, 무엇보다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친구와 만족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그 후 친구와 미평동 볼링장에 다니게 되었다.


미평동 볼링장에 다니면서 친구와 많은 추억을 쌓았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볼링점수 100점도 넘겨 보기도 하였고, 친구가 볼링을 치면서 실수로 넘어져서 몸개그를 보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볼링을 치면서 내기를 많이 하였는데 음료수 내기부터 택시비 내기까지 다양하게 진행하였다. 또한 볼링장에 가면서 친구가 사 준 간식을 볼링장에서 몰래 먹었던 간식 맛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렇게 미평동에서 친구와 볼링을 치면서 우정을 돈독히 쌓을 수 있었다.

위에서 이야기하였듯이 미평동과 관련된 추억을 '명절', 그리고 '볼링'이라는 단어로 압축해 볼 수 있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미평동은 가족/친척과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낸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외지인들이 보면 미평동은 단순히 지나가는 동네 혹은 주거지역으로만 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끈끈한 유대감과 결속의 장소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여수시내 많은 곳이 개발이 되고 있으면서 새로운 곳으로 탄생되고 있는 곳을 많이 봤다. 이런 곳들이 건물이나 도로 등이 깔끔하고 이용하기 편리하게 변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장소에 관련된 추억이나 기억 등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꼈다. 미평동도 만약 개발하게 된다면 나를 포함한 미평동 주민들의 추억이나 사건 등을 보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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