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피칸 호두과자‘ 한 입

100년 전 선교사들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심었던 피칸나무, 양림의 명물로 자리잡다.

광주광역시도시재생공동체센터 승인 2023.08.24 12:02 의견 0

광주 도시철도 1호선 남광주역에서 걸어서 15분, 양림동 펭귄 마을로 왔다는걸 환영을 해주는 따스한 건물이 하나있다. 바로 '양림동 버들숲 주민어울림센터'이다. 양림동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2022년 9월에 준공된 이곳은 양림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남구로부터 사용 허가를 받아 까리따스수녀회와 협약을 체결하여, 2022년 11월부터는 '젊은이 따순밥집&공방찻집'의 운영도 개시하였다.

어울림센터의 문을 열자마자 따뜻하고 달콤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달콤한 과자의 냄새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자 '양림동 마을 이야기 박물관'이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벽면에는 선교사들의 연대기와 피칸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져 있었다.

"볕이 잘 드는 마을이라 하여 양림(陽林)으로 불리다 후에 버드나무 숲으로 덮여있는 마을이라 해서 양촌과 유림을 합해 양림(楊林)이라 칭하게 되었으며, 조선 후기에는 광주군 부동 방면에 속했다. 1947년 8월 15일 양림동으로 개칭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양림동은 사직산과 양림 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동남 사면에 자리 잡은 전통 주거지역이며, 많은 기독교 선교문화 유적과 우리의 전통문화재가 많이 보존된 아주 살기 좋은 마을이다."

투명한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귓가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바로 옆에서 점원분이 직접 과자를 굽고 계셨다. 10개에 3,000원, 18개에 5,000원, 36개에 10,000원이라는 이 피칸 호두과자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지금의 아기자기한 마을의 모습으로는 상상하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조선시대까지 양림동은 풍장터로 사용되어, 병에 걸려 죽은 사람들을 묻기 위한 장소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1882년 선교사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광주 의료산업의 중심이 되었다. 당시 선교사들은 고향에 대한 향수와 영양 보충을 위해 피칸 나무를 심어, 고아와 한센병 환자들에게 파이와 빵을 만들어 나누어주었다. 2018년 광주시교육청과 (사)양림동산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피칸 나무를 심기 시작하였고, 양림동 곳곳의 피칸 나무가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서, '피칸 빵' 사업이 시작되었다.

호두와 닮은 꼴 견과류인 피칸은 나트륨이 전혀 없고, 각종 비타민과 칼륨, 아연이 풍부하여 미국에서만 80%를 생산하고 있는 견과류이다. 양림동에서 재배하는 피칸은 시판 호두보다 쓴맛이 적어, 곱게 뭉그러진 팥소와 어울려 고급스러운 단맛을 낸다. 겉의 과자 피 또한 앙금을 부드럽게 감싸, 각 재료가 조화롭게 어울린다.

이곳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과 영업망 확대를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콤한 냄새, 과자를 굽는 소리, 양림동의 역사까지, 과자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는 양림동 피칸 호두과자는 양림동 역사의 집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자를 먹으며, 창문 밖을 내다보니 부슬비가 내리며 마을의 온 곳을 적셨다. 오늘 내린 빗방울은 피칸 나무의 양분이 되어, 열매를 맺고, 과자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어울려 만들어 가는 피칸 호두과자의 달콤한 미래를 이곳에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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